헝그리 렌즈 시리즈를 [그 외의 렌즈 - 광각/어안/접사]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제가 그 렌즈들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고,
가격대가 헝그리 부류에 끼워 넣기에는 너무 고가의 렌즈들이라서 헝그리 렌즈 시리즈는 일단 마무리 짓기로 합니다.
이들 렌즈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게 쪽지로 알려 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같이 나누고 싶은 내용은 '화이트 밸런스'에 대한 것입니다.
카메라 기종에 따라 제각각 표현하는 고유의 색감이 있지만 일반 유저들이 느끼기엔 눈에 확 뜨일만큼 큰 차이는 없습니다.
흰색을 찍었는데 빨간색으로 나오지는 않지요. 그러나 화이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는 색을 재생해 내는
차이가 상상 외로 큽니다.
니콘 D80은 비교적 자동화밸 (Auto White Balance)의 정확도가 높은 기종에 속합니다. 화이트 밸런스를 저동으로 설정하고
찍으면 웬만한 야외에서의 사진은 무리 없이 원색에 가깝게 나오죠. 그러나 실내 촬영시에는 백열등이나 형광등, 또는 할로겐
조명, 텅스텐 계열의 조명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화이트 밸런스를 정확하게 맞춰 주지 않으면 피사체의 본래 색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을 종종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데 필요한 색 온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확한 커스텀 화이트 밸런스 맞추는 방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RAW로 늘 찍기 때문에 화이트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봅니다. 물론 RAW로
촬영하면 후보정하면서 화밸을 손쉽게 교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서 촬영한
RAW 파일을 보정하는 것과, 실제 색온도와 다르게 표현된 RAW 파일을 보정하는 것은 그 퀄리티 자체부터 다릅니다.
그리고 RAW로 촬영할 때 하더라도 색 온도에 대해서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하여 독특하고 다양한
연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화이트밸런스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는 편이 어차피 낫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보통 디지탈 카메라에선 빛을 색 온도 수치로 이해합니다. 색온도는 우리가 단순히 흰색으로 알고있는 태양광을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상을 수치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캘빈값이라는 단위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수치가 높으면 차가운 푸른색 쪽으로 수치가 낮으면 따뜻한
붉은 색이 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온도'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새벽의 푸른 빛을 띄는 태양은 높은 캘빈값을
기록하고, 저녁무렵 붉은 빛을 띄는 태양빛은 낮은 캘빈값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통상 흰색으로 나오는 한낮 태양빛의
캘빈값 수치는 약 5500 - 6000K 정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이 캘빈값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냥 주광용 필름이나, 실내 형광등
아래서 사용하는 텅스텐 계열 필름을 사용하면 되었죠. 거기에 각종 색 표현이 가능한 필터들을 써서 이 색상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 화이트 밸런스는 처음 디지탈 카메라를 접하시는 분들께는 약간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간단하게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한다면 흰 종이가 어떤 광원에서를 막론하고 CCD에 흰색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촬영하는 테크닉을 화이트 밸런스
조절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탈 카메라에는오토, 백열등, 형광등(텅스텐), 맑은 날, 흐린 날, 그늘, 스트로보사용시, 그리고 PRESET
(커스텀) 등으로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화이트밸런스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백열등이라고 다 똑같은
색 온도를 내는 것이 아니고 백이면 백 다 조금씩 다르겠죠. 형광등은 더 심해서 초당 파장이 심한 것도 있고 덜 심한 것도
있어서 형광등 불빛 아래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스트로보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백열등 조명의
실내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벌겋게 나오거나 노랗게 나올 때가 많죠. 혹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자동 화밸로 사진을 찍으면
시퍼렇게 나오는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카메라에 미리 설정되어 있는 화밸 모드로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사진을 찍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하지 않을 때는 커스텀 화이트 밸런스 모드(PRESET 모드)를 사용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커스텀 화이트 밸런스를 쉽게 설정하는 방법]
1. 그레이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
위 사진과 같은 명함판 크기의 그레이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시면서 그 때 그 때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면 아주 간편합니다.
18%의 반사율을 가진 그레이 카드는 손쉽게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데 꼭 필요한 툴입니다.
그레이 카드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출 때는
1. 일단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를 커스텀(매뉴얼)로 설정합니다.
2. 렌즈의 촛점방식을 수동으로 바꿉니다.
3. 카메라의 WB 버튼을 약 3초간 누릅니다. 그러면 카메라에 PrE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릴 것입니다.
4. 뷰파인더에 그레이 카드가 꽉 차도록 촬영합니다.
5. 액정에 Good이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리면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 설정이 된 것입니다.
6. 촛점모드를 다시 자동으로 바꾸고 열심히 촬영하시면 됩니다.
이 그레이 카드를 사용할 때는 카드를 피사체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 놓고 촬영하셔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렌즈나
몸에 가려 그림자가 생기게 하면 정확하게 화밸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 화이트 밸런스 필터를 사용하는 경우
이 물건은 어쩌면 그레이카드보다 더 편리할지도 모릅니다. 사용방법은 그레이 카드 사용방법과 동일합니다.
1. 역시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를 커스텀(매뉴얼)로 설정합니다.
2. 렌즈의 촛점방식을 수동으로 바꿉니다.
3. 카메라의 WB 버튼을 약 3초간 누릅니다. 그러면 카메라에 PrE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릴 것입니다.
4. 이 녀석으로 렌즈 앞을 막고 셔터를 누릅니다.
5. 액정에 Good이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리면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 설정이 된 것입니다.
6. 촛점모드를 다시 자동으로 바꾸고 열심히 촬영하시면 됩니다.
이 메이드 인 차이나 화이트 밸런스 필터의 정확도는 그레이 카드보다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중에는
훨씬 정확한 설정을 하도록 해 주는 고가의 화이트 밸런스 필터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약 10만원정도
하는 화밸필터인데 아주 정확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렌즈 구경별로 필터를 일일이 구비할수도 없는 일이라, 그다지
productivity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들어 화밸과 비슷한 원리로 전체 빛을 섞어 주는 화밸 필터.
대충 8-9만원에서 구경이 큰 것은 10여만원정도 합니다.
여기서 또 헝그리 정신이 나옵니다. 이 고가의 화밸필터를 대신하는 DIY (Do it yourself) 화밸필터를 누구나 만들 수 있죠.
카메라나 렌즈를 사시면 따라 오는 비닐포장지 있죠? 일명 버블랩(bubble wrap)이라 부르는 공기방울 비닐 포장지를
넉넉한 사이즈로 오려가지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다가 커스텀 화밸을 맞출 필요가 있을 때 이것으로 렌즈 앞부분을 감싸고
위의 방법과 같이 화밸을 맞춰 보세요.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3. 흰 종이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지 한 장을 피사체와 가장 가까운 곳에 놓고 (인물 사진의 경우 피사체 보고
잠깐 들고 있으라고 하면 되겠죠?) 백지에 스팟측광으로 프리셋 화밸을 맞추는 것입니다. 물론 촛점모드는 수동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냥 백지에 대고 자동촛점 맞추려고 하면 카메라가 촛점 못 잡고 버벅거릴겁니다. 귀찮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버릇이 들면 나중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습관적으로 화밸 세팅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인물사진 등을 제외하곤 그다지 권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4. 색 온도로 맞추는 방법
광원의 색에 대한 물리적인 수치 - 캘빈도 (°K) - 로 표현 된 것이 색온도입니다.
태양광: 5500 - 6000K
백열전구: 3200K - 3400K
일반 플래시: 6000K 정도
새벽의 푸른 빛을 띄는 태양: 7000K
저녁의 붉은 빛을 띄는 노을: 3000K
차가운 계열의 빛일수록 수치가 높아지고, 따뜻한 계열의 빛일수록 수치가 낮아지므로 이 색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카메라에서 색 온도 설정을 하는 방법인데 그다지 권해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빛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이 쌓였다면
상관 없겠지만 보통 유저들께는 적합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일출이나 일몰 또는 특별한 색감을 표현하고자 할 때 이 색 온도를 설정함으로 내가 의도한 인위적인 색감을 만들어
낼 수는 있습니다.
5. 흔들어 화밸.
꽤 편리한 방법입니다. 박창민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놓으셨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단점은 가까운 거리에서만
통한다는 겁니다. 원거리 촬영은 그다지 정확하게 잡아 주지 못하더라고요.
가장 손쉽고 편리한 화밸세팅은 뭐니뭐니 해도 그레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매번 하시는 것이 아니라 광원이 바뀔
때마다 하시는 것이므로 한 번 버릇이 들면 그다지 귀찮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중에 후보정하는 것보다 훨씬 덜 귀찮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레이카드를 사용할 때가 가장 효과가 정확했습니다. 물론 맑은 날 야외촬영에서는
화이트 밸런스에 그다지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자동으로 놓고 찍어도 팔공이가 알아서 척척 잡아 주니까요.
이 때는 화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측광입니다.
마무리하면서, '아 왜 자동으로 딱딱 맞게 만들어 놓으면 되지 귀찮게 그런걸 만들어 놔서 사람 피곤하게 하나...'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DSLR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동카메라가 아닙니다. 포커스나 측광 등이 자동으로
된다고 해서 그냥 셔터만 누르면 다 잘 나오겠거니 생각하시면 오산이죠.
똑같은 팔공이로 찍은 사진인데 어떤 분들의 사진은 SLR Club 일면에도 가고 작품성도 높은데 어떤 분들의 사진은 정말
똑딱이만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DSLR은 필름카메라보다는 물론 편리하지만 철저하게 사용자 위주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내 취향에 맞게, 내 촬영의도에 맞게 몇백가지, 몇천가지로 세팅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DSLR의
장점이자 매력이죠. 이것이 정 귀찮아서 못하시겠다는 분들은 그냥 똑딱이 쓰시는 수밖에 없겠지요?^^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내공이 붙어야 한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으실 것입니다. 내공이란 게 별거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어떤 환경에서도 내가 원하는대로 뽑아낼 수 있는 실력... 그게 내공이겠죠. 그런 면에서 우리 팔공이는
여러분들의 내공을 키워 주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카메라입니다.
화이트 밸런스는 요기까지 합니다. 재미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업데이트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글 포스팅하는 속도가 좀 느려졌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왕사진기는 그래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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