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름다운 시

국경의 밤/김동환

大空 2008. 1. 16. 16:41

국경의 밤
                                                         -  김동환 -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어 놓고
밤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이'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재(山材)실이 벌부(筏夫) 떼 소리언만.

   [3]
마지막 가는 병자의 부르짖음같은
애처로운 바람 소리에 싸이어
어디서 '땅'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백성들은 또 무슨 변이 났다고 실색(失色)하여 숨죽일 때
이 처녀만은 강도 채 못건넌 채 얻어맞는 사내 일이라고
문빗탈을 쓰러 안고 흑흑 느껴 가며 운다- 

 

 

 

겨울에도 한 삼동(三冬), 별빛에 따라
고기잡이 어름짱 끄는 소리언만.

                          - <국경의 밤>(1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