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름다운 시

문의(文義)마을에 가서/고은

大空 2008. 2. 19. 11:14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겨울 문의(文義) 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고은(고은태)              출생 : 1933년 8월 1일
  • 학력 : 군산고등학교
  • 경력 : 제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위촉(2004), 세계한민족작가연합 회장(2001), 미국 허버드대 예칭연구소 연구교수      겸 버클리대 초빙교수(1999),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간사.민주회복국민회의 중앙위원(1974), 금강고등공민학교 설립(1964)
  • 데뷔 :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시"에 "폐결핵" 발표(1958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