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국내의 대표적인 오지로 영월이 손꼽힌다. 그러한 영월에서도 서쪽 모퉁이에 숨은 듯 박혀 있는 곳이 수주면이다. 차라리 원주땅에 속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을 것 같은 형국. 지도에서 찾노라면 새말과 평창의 정 중간 지점을 짚으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남쪽이나 서쪽에서 갈 경우는 영월을 거치지 않고 원주나 제천에서 가는 게 빠르고 편한 곳이다. 내놓은 자식 마냥 손길이 쉬 닿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인 법흥사가 있고, 개울 좋기로 소문난 주천강의 시작점이 있다.
주천은 작은 동네지만 항상 풍류가 느껴지는 그런 곳. 술주(酒)자에 샘천(泉)자를 쓰는 이름에서 오는 선입견 탓이기도 할게다. 예전에 술 솟는 샘이 있어 양반에게는 청주를 평민에게는 탁주를 주었다고 하고, 못된 평민이 홧김에 샘을 부수었는데... 이후로는 술대신 맑은 물만 쏟는다는 전설로 인해 주천이라는 이름이 생겼단다.
주천에서 배신이라도 하듯 영월행을 버리고 평창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를 따라 간다. 마을을 벗어나 속도가 붙을 즈음에서 오른쪽으로 수주면 이정표와 법흥사 이정표가 나란히 보인다. 그길을 접어들고 나서야 세속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하게 된다. 강을 끼고 달리는 길에는 적당한 휘어짐과 높낮이가 있고 주변에 펼쳐진 경관마저도 평온하다. 그래서 일까?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
도 낯설다는 느낌이 적다. 물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뜻의 수주에는 무릉도원이라는 어구를 나누어 가진 무릉리와 도원리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그 곳,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무릉리와 도원리를 나누는 지점에 요선암이 있다. 풍치좋은 주천강에서도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겨 놓아야 할 곳이 바로 이 요선암이다. 법흥사쪽과 도원리쪽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원교가 놓여 있다. 도원교를 건너기 전에 왼쪽 강변으로 나있는 비포장길을 따라 들어가면 강변에 작은 바위산이 일부러 옮겨다 놓은 양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요선암과 요선정은 그곳 꼭대기에 있다. 어쩌다 문화유적 화보집에서 보았을 지도 모를 물방울 모양의 바위가 바로 요선암이다. 바위절벽위에 풀잎에 매달린 이슬 모양의 바위가 올려져 있고 바위 앞면에는 마애 여래상이 새겨져 있다. 바위 옆에는 정자가 아담하게 지어져 있는데, 지어진지가 오래되지는 않는다. 조선시대 강릉부사를 지냈던 풍류남 양사언이 이곳 경치를 보고, 신선이 노닐만한 자리라하여 요선암(邀仙岩)이라 칭하고 그 글씨를 바위에 새겨두었던 것이 여태껏 지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선암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수주라는 이름과 무릉도원이라는 지명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선암 자체도 그렇지만 아래의 강변마저도 신비롭다. 강변에는 반들반들한 수백개의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는데 큰 것은 20여명이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물에 씻겨 패인 자국이 바위마다 깊게 골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솜씨좋은 석공이 수 십년을 공들여 만들었다 해도 그토록 기묘하고 모양좋게 배열할 순 없었으리라. 하루 온종일을 바위에 앉아 무심히 흐르는 물결을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을 성 싶다. 게다가 요선암에서 도원교를 건너면 강가 어디서나 자리를 펴고 앉아도 좋을 서만이강과 곳곳에 청정계곡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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