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에, 카드 할부에, 마누라에게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장만한 비싼 장비들. '오디오나 자동차에 취미를 갖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야...'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비싼 렌즈들을 3대독자 고추 만지듯 조심스레 어루만져 보지만.
내가 가진 장비만큼 사진들이 ㅤㅉㅗㅈ아와 주지 못하는 서글픔... 그것이 내공의 부족이라는 현실직시보다는 또다른 뽐뿌로
이어지는 악순환...
똑딱이 카메라를 쓸 때는 남들도, 내 자신도 기대치가 낮았습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해도 별반 문제될 것이 없었죠.
그러나 DSLR이 내 손에 들어온 날부터 주위 사람들은 나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주위 사람들 시선이야
애써 무시할 수 있다고 쳐도 내 스스로가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부담과 의무감 때문에 여기 저기 온라인 동호회
찾아다니며 등록도 하고, 동호회 출사에 눈도장도 열심히 찍어 보지만...
마누라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야심한 시각. 메모리카드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에 주루룩 풀어 놓고 하나씩 열어 봅니다.
"......?"
"......!"
"$&%^&^%^&%&^%&^$$(*)*&(^*%!!!!"
정말 냉정하게, 냉정하게 얘기해서 똑딱이로 찍은 사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다른 것을 찾아내자면... 조금 더 좋은 화질... 빠른 셔터 스피드... 아웃포커싱...
"그래 똑딱이론 이런 배경날림이 안되잖어...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
" -_-;; "
" T-T "
====================================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일단 좋은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면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사진들을 좀 찍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Composition의 두번째 이야기 - 화면의 구성과 배경 처리- 입니다.^^
위 사진을 한 번 봅시다. 카메라는 D80, 렌즈는 85.4. 사진 찍기 위한 장소도 저만하면 훌륭하고, 전문 모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모델 서준 친구들도 있고... 그런데, 사진은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습니다. 배경 날림 효과야 나 아니라 누구도
조리개 다 열고 찍으면 저렇게 나오는 것이고... 도대체 내공, 내공 하는데 내 내공은 어디에?
DSLR로 똑딱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는다'라는 것입니다. 좋은 장비는 내가 가진
실력을 100% 끌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 정작 가장 중요한 화면의 구성은 내 머리와 내 눈, 그리고 내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결국 실력자가 쓰는 좋은 장비와 무개념자가 쓰는 좋은 장비는 똑같은 일을 못한다는 것이죠.
글을 계속 이어나가기 전에 위 사진을 한 번 수술해 봅시다. (위 사진은 허락 없이 가져온 것이니까 퍼 가시면 안됩니다.)
그냥 기념사진이라고 하면 시비 걸 일이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여기 저기 마구 보이는 사진이죠?
제가 찍은 사진도 아니고, 메타정보 다 없앴으니까 어려워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진을 '똑딱이로는 찍기
어려운' 사진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지 [피악사] 해봅시다. 피악사 댓글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계속 진행합니다.
--------------
답글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일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똑딱이에서 SLR로 업그레이드 한 뒤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는 차이점은 렌즈의
셋팅을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했을 때
얻어지는 배경 날림 효과. 자동카메라에선
얻어지기 힘든 부분이죠. 그래서 늘 조리개를 열어 놓고 찍습니다.
배경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던 관계 없이 웬만한 상황엔
무조건 열고만 찍다 보니 좀 더 밝은 렌즈에 대한 욕심이 계속해서 뽐뿌질을 합니다. 2.8 고정 조리개 렌즈를 사고,
더 밝은 여친렌즈를 사서 찍어 보니 배경이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그러지면서 뽀샤시... 샤방샤방... 한 사진이 나오겠죠.
아, 이 맛에 좋은 렌즈를 쓰는구나... 하면서 사진이
점점 더 재미 있어지려고 하는데 느닷 없이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니 사진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데?"
"니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냐? 좋은 장비가 있으면 어린애에게 카메라 들려 줘도 셔터
누르는 법만 가르쳐 주면
이런 사진 다 찍는다..."
"장비 잘 다룰 줄 알면 내공이 향상된 거냐?"
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듣고 보니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내 가방엔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좋은, 그리고 다양한
장비들이 들어 있지만 내 사진은 조금 더 밝아졌고, 조금 더 배경날림이 심해졌고,
조금 더 화질이 좋아졌을 뿐 근본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무조건 열고 찍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 몇 가지로 답을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배경 날림이 이쁘고 좋아서.
2.
주 피사체를 더 강조하기 위해서.
글쎄요... 이거 아닐까요?
3.
복잡한 배경을 딱히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조여 찍어 보니까 피사체가 배경에
묻혀 버리는 것 같아서).
위 사진에 여러분들이 [피악사]로 참여해
주셨는데 전부 다 정답입니다. 즉 결론은 화면의 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 피사체를 어떠한 방법으로 살리면서 어떻게 배경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위 사진처럼 나무들이 근사하게
늘어서 있는 소실점 구도에서 주피사체(인물들)로 용감하게 뒷 구멍을 딱 막아 버리고 찍으면 아무리 배경날림이 근사해도
사진은 그야말로 '좋은 카메라로 찍은 관광기념사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진밖에는 안되는
것이죠. 막말로 똑딱이로 찍고 나서 후보정 시에 배경에 블러 효과를 줘도 저러한 사진은 얼마든지
나오지 않겠습니까.
위 사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사체가 되는 인물을 세워 놓고 진사님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데서 시작합니다. 배경을 날리고
안 날리고를 떠나서 저런 사진은 차라리 확 들이대고 인물만을 강조해 찍은 사진만 못합니다. 인물사진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경(장소)가 강조된 사진도 아니고...
다섯 명의 모델을 한 사람씩 나무 뒤에 숨어서 얼굴만 내밀게 하고 조금 조여서 찍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인물들을 더 멀리 놓고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모두 점프를 시켰더라면 어땠을까요?
중앙에서 조금 물러나 뒷 배경이 시원하게 보이도록 찍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다섯 명의 인물들이 멀리서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 하면서 걸어 오는 사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저 멀리 나무들이 끝나는 곳까지 뒤돌아서 걸어가는 사진이었더라도 더 좋았지 않았을까요?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해답은 카메라를 든 진사님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모범답안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배경을 유효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배경이 복잡하다면 앵글로,
그래도 복잡하다면 아웃포커싱으로,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크롭으로 맞춰 나가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 하면 주가 되는 피사체와 배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지 뷰파인더 내에서 찾아내려고 애써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바로
[사진 구성] 또는 [사진연출]이라고 합니다.
꼭 모델 촬영에서만 연출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피사체 - 보조 피사체 - 배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제 몫을 충실하게
해 내는 사진을 우리는 좋은 사진, 보기 편한 사진이라고 부릅니다.
Composition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힌 뒤에는 조리개를 조이는 일이 무섭지 않습니다.
사진 하나 더 볼까요?
왼쪽 사진은 배경(집)에 주 피사체인 인물들이 그냥 부속품처럼 서 있습니다. 오른쪽처럼 찍어도 마악 큰 집으로 이사 온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큰 집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집 앞으로 멀리 나와서
집 전체를 배경으로 놓고 찍는 것이 더 나았겠죠.
배경을 처리하는 테크닉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배경이 주가 되는 피사체를 죽이느냐, 아니면 적절히 돕고 있느냐를
재빠르게 판단하여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입니다. 그냥 보이는대로 찍는 것이 아닌 '생각하고' 찍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아래 샘플이 될 만한 사진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무엇인 지 하나씩 짚어 나가 봅시다.
어정쩡한 사진이죠? 배경이 주 피사체인 인물과 말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별로 좋은 사진이 아니라는 건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위 사진은 배경과 인물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춰 주면서 적당히 조리개를 열어 줌으로 보기에 편하고 안정적인 구도의 사진이 되었습니다. 역시 인물을 확 잡아당겨 강조하면서 배경을 적절히 처리해서 인물도 강조되고 볼링장이라는 뒷배경도 잘 살아난 좋은 구도의 사진입니다. 때론 앵글의 변화를 줌으로서 배경 처리를 센스 있게 가져가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조리개를 조였다고 해서 인물이 배경에 묻혀버리지 않죠. 이 사진 또한 평범한 앵글로 멀리 놓고 찍었다면 이도 저도 아닌 사진이 될 공산이 큽니다. 때론 배경의 색상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리개를 개방해 아웃포커싱을 줍니다. 태양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꽃밭에 욕심을 부렸다면 노 부부의 행복한 표정은 많이 놓쳤을 수도 있겠죠. 제일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눈에 보이는 화각만큼 카메라가 잡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알아채지 못한다는 데서 나옵니다. 특별한 후보정이나 지나친 아웃포커싱 없이도 배경의 특징과 대비를 잘 살린다면 위 사진과 같이 살아 숨쉬는 사진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인물을 중앙에서 약간 비켜 촬영한 것만 가지고도 맨 처음 우리가 수술했던 다섯명이서 길을 꽉 막고 있는 사진과는 전혀 다른 사진이 되었죠. 역시 앵글에 조그만 변화를 준 것 하나만 가지고도 재미 있는 사진이 되죠. 늘 강조하지만 '배경이 주 피사체를 돕는' 역할을 벗어 나선 안됩니다. 육안으로 볼 때는 우리의 눈이 주가 되는 피사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배경의 존재 여부가 잘 들어 오지 않지만 카메라는 뷰파인더 상에서 보여지는 화상을 곧이 곧대로 인식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촬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꼭 풍경만 배경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주 피사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센스 있게 이용만 잘 하면 누구에게나 감상하기 편한 좋은 사진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적절한 배경처리가 된 사진을 찍는 일은 생각처럼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많이 찍어 보고, 많이 감상하고,또 여기 팔공클럽에서 피악사 부대에게 많이 까여 봐야 본인의 사진에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글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팔공이 처음 사고 번들렌즈로 찍은 사진과 수차례 지름신이 다녀가신 후에 업그레이드 된 지금의 장비로 찍은 사진들과 냉정히 비교해 보세요. 눈에 띄게 발전된 부분이 보이십니까? 만일 좋아진 부분이 '조금 심해진 아웃포커싱', '조금 더 쨍해진 화질', '조금 더 또렷해진 색감' 뿐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마세요.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부터라도 한 장을 찍더라도 정말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촬영에 임해 보세요. "아 즐기면서 하면 되지 뭘 고민을 해? 나만 좋으면 됐지..." 모든 취미활동이 그렇듯 실력에 발전이 오지 않으면 중도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반면 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새록새록 늘어가는 것을 느낀다면 더 깊이 파고들게 되고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취미활동이 될 것입니다. 사진 하루 이틀 찍고 그만 둘 것 아니시지요, 다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제 시간에 업데이트 하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 사진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출.일몰 시간표 (0) | 2009.10.14 |
---|---|
[스크랩] 사진의 구성 (composition)에 대하여 - 1 (0) | 2009.07.10 |
일출명소 (0) | 2009.05.03 |
김주원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리터칭 (0) | 2009.03.13 |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법 전체공개 (펌) (0) | 2009.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