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 - 풀
1.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2. 작품 풀의 국문학적 의미
이 시는 시인이 불의의 교통 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의 기치를 높이 든 그의 후기시 세계를 한눈에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 민중문학을 신동엽과 함께 이끌고 온 김수영은 투철한 역사 인식과 건강한 민중성에 기초를 둔 신동엽과는 달리 모더니즘 속에서 자라난 모더니즘의 비판자로서, 4·19를 계기 로 해서 강한 현실 의식에 바탕을 둔 참여시의 진수를 보여 줌으로써 마침내 이성부, 이시 영, 조태일로 이어지는 1970년대 민중문학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풀'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로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 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독재 권력, 외세]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의 수동성과 바람에 앞서 는 풀의 능동성, 그리고 바람을 넘어서는 풀의 넉넉한 생명력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저항과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즉,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날이 흐리고, 흐려서] 폭력화되었을 때[비를 몰아오는 동 풍에 나부껴],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풀은 눕고 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 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맞서 싸워 이기는[바람보다 먼저 웃는] 인류 역사의 총체적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평이한 우리말 시어와 '풀·바람', '눕 다·일어나다', '울다·웃다' 등의 시어를 과거시제에서 현재시제로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표현함으로써 '풀'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 현상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하여 중후하면서도 명징(明澄)한 현실주의적 의미를 제시하는 시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3. 시의 해설 및 평가
<감상1>
(1연) 1행: 풀이 허약하고 약한 모습, 매우 지쳐있는 듯한 풀의 그림이 그려짐. 플은 푸르름을 가지고 있을 텐 데 누웠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아픈 풀의 모습이 그려짐.
2행-4행: 거대한 비·바람을 몰아오는 폭풍으로 인한 두려움, 그것으로 인해 부딪혀 쓰려지는 풀의 모습과 고통을 참지 못하는 풀의 괴로움이 연상. '비를 몰아오는 동풍'이 풀에게 고통을 줄 것만 같은 느낌과 '드디어 울었다'부분에서 그 동풍에 결국 풀이 괴로움을 당하는 모습이 연상.
5행-6행: 밝고 맑은 날씨가 되기를 희망하는 풀.... 하지만 흐린 날만 계속되어 풀은 힘이 없어보이고 그래서 다시 쓰러짐. 괴로움을 당한 풀이 어둡기에 더욱 괴로워지고 그래서 더 슬퍼하고 더욱 더 괴로움을 받는 모습이 연상.
(2연) 1행: 1연의1행과 같이 힘없는 풀의 모습 연상. 지쳐있는 풀의 모습 연상.
2행: 고통이 올 것을 미리 예견하고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먼저 고개 숙여 누워버리는 푸르이 예리함. '바람'이라는 괴로움의 주체로부터 괴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풀의 모습.
3행-4행: 바람보다 더 의지가 강한 풀의 보습이 그려진다. 울었다면 괴로웠을 것인데, 괴로움의 주체인 바람보다 더 먼저 일어남에서 괴로움을 떨치는 풀의 모습이 느껴짐.
(3연) 1행: 바람이 다시 불어닥쳐 쓰러지는 풀의 모습. 날이 흐려짐에서 또 다른 고난이 풀에게 닥칠 것 같고 다시 풀이 쓰러지는 모습이 연상.
2행: 계속되는 비·바람으로 인해 고통받는 풀의 모습.
3행-4행: 바람보다도 더 의지가 강하고 고통에 고개 숙이지만 극복하는 의지가 엿보임.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에서 풀이 많은 고통을 피하지 못하고 괴로웠을 것이라 생각되나, 그것을 극복하고 먼저 일어남(즉, 고통을 극복함)이 느껴진다.
5행-6행: 더 큰 시련으로 뿌리까지 뽑혀진 풀의 애처로운 모습이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풀의 모습이 보인다. 고통으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결국은 웃는다는 모습이 떠오른다.
7행: 풀이 '바람'이란 괴로움의 주체로부터 상처받고 고통받았지만 다시 그 고통들을 이겨낼 것 같은 풀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긴 여운으로 처리한 것 같다.
(전체감상)
비바람이 불어닥치는 고통과 시련에 힘없이 쓰러지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풀의 밝은 모습이 엿보이는 시이다. 풀의 강힌함을 느낄 수 있다. 맨 마지막 연을 보면 '늦게 누워도 먼저 일어나고' '늦게 울어도 먼저 웃는다'에서 하찮은 풀이지만 바람을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울어도 금방 웃을 수 있는 낙관주의자 같다. '바람'이라는 고통의 주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풀의 강인함이 돋보인다. 바람 때문에 쓰러지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풀, 그리고 다시 바람으로 인해 고통받게 될 풀.....결국 고통은 극복하지만 또 다른 고통이 닥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른 고통을 이겨 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풀처럼 IMF란 고통에 처해있는 우리 한국인들도 그런 고통을 이겨 낼것이라 본다.
<감상2>
초원의 풀들이 강한 바람에 못 이겨 쓰러진다. 강한 바람은 곧 무거운 물줄기를 초원을 향해 뿌리고, 그로 인해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눈물을 흘리듯 빗물이 떨어진다. 또한 차례 비바람을 동반한 강풍이 불자 풀이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난다. 흐린 날 뒤에 맑은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감에 풀들이 먼저 웃는다.
※감상내용※ 풀은 '나'라 생각할 때 바람은 내가 살아가면서 겪는 시련일 것이다. 여기 풀이 몇 번을 누워도 다시 일어나듯 내 삶에 시련이 닥칠 때마다 굳세게 일어설 것이다. 지금 풀이 누워도 다시 또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든다.
·바람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뜻하는 듯하다 유혹에 의해 좌절도 하며 많은 고통도 겪지만 유혹의 손길을 벗어남으로써 나를 만들 수 있을 희망감을 느낄 수 있다.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고 동풍은 풀에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감한다.
·이 시를 요즘 우리 나라상황에 비춰보면 이 시의 동풍은 IMF를 몰고 온 직접적인 원인을 뜻할 것이다. 일부 부유층의 사치심과 그릇된 정치는 대규모의 실업난과 나날이 올라가는 물가 등 국민들의 뼈를 깎는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바람에 누워도 풀들은 웃는다.'란 구절에서 우리국민들이 힘을 모으면 IMF를 벗어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감상3>
【1연】풀이 거센 비바람에(비를 몰아오는 동풍) 치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워야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무력함에 울분 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럼에 풀은 연약한 존재이다. (풀과 사람이 오버랩)
【2연】바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냥 누워버리는 모습에서 한 번의 실패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모습도 느껴지지만 바람의 강압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누워버리고 울고 일어나는 것이 바람을 향한 비아냥거림 같아 일종의 통쾌감을 안겨준다.
【3연】흐리기만 했는데도 먼저 누워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발목에서 발 밑까지 더 낮게 누워버리는 모습이 왠지 무력하게 느껴지나, 시련에 쓰러졌을 망정 다시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는 누군가가(1연에서 연약한 존재로 비치던 이) 웃고 있는 게 보인다. 이런 모습에서 '눕힐 수는 있으나 날 꺽지는 못하리.....' 라는 풀의 강한 발언이 들리는 듯 하다.
[전체감상]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인 풀과,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힘인 바람을 대립시켜 풀의 끈질긴 생명력과 그 긴장을 노래하였다. 특히 비슷한말의 반복은 풀이 끈질긴 생명력을 강조하는데 한몫 한다.」
<감상4>
1연 : 날이 흐려 비바람이 부는 데, 그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며 풀은 운다. 울면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치 사람이 우는 듯하다.
2연 : 세찬 바람에도 꿋꿋이 이겨내는 풀의 모습. 고난을 이겨내려는 암울하고 침체되었던 시절을 느끼게 해 준다.
3연 : 날씨가 다시 흐려져 강한 바람이 풀들을 눕히지만 이미 모진 고난을 지낸 풀들은 결국 웃는다. 그 웃음 속에서 고난을 이겨난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전체 감상]악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려 애를 쓰는 풀들을 보면서 암울하고 침체되었던 시절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 결국은 끝까지 바람에 대응했던 풀들이 마치 자리를 지키는 파수꾼 같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감상5>
1연:'풀'은 우리민중을 나타내고, '동풍'은 우리를 억압했던 군부를 나타낸다. '눕고', '울었다'에서 민족의 좌절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감상: 억압적인 힘으로 인해 쓰러져 가는 것을 보며 힘없는 약자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2연: 바람의 강압에 의해 눕고 그 고통에 힘겨워 울지만 다시 일어서는 풀
감상: 억압으로 인해 짓밟히고 좌절하지만 다시 설 수 있다는 극복 의지가 보인다.
3연: 억압이 더 강해져 뿌리까지 누울 정도이지만 계속 다시 일어서려 하는 풀
감상: 아무리 힘이 들어도 이겨내려 하는 풀(민중) 강한 생명력과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김수영(1921~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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