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죽시(八竹時)-부설거사(浮雪居士)김인후
팔죽시(八竹時)
此竹彼竹化去竹 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 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粥粥飯飯生此竹 죽이면 죽(竹=대로의 뜻),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是是非非看彼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 대로 보고
賓客接待家勢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시정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然然然世過然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세
사부시(四浮時)
사랑하는 처자권속 빽빽이 둘러있고 (妻子眷屬森如竹)
금은보석 보배들이 산같이 쌓였어도 (金銀玉帛積如坵)
죽을땐 다 버리고 외론 넋만 돌아가니 (臨終獨自孤魂逝)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없구나 (思量也是虛浮浮)
날마다 번거로이 이 세상사에 바쁘고 (朝朝役役紅塵路)
벼슬이 이제 겨우 높아지니 머리는 이미 하얗구나 (爵位縡高己白頭)
염라대왕은 벼슬아치라도 무서워하지 않으니 (閻王不酷佩金漁)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없구나 (思量也是虛浮浮)
비단결 같은 고운 생각,천둥 번개 몰아치는 말솜씨(錦心繡口風雷舌)
천수의 시와 경문,만호 후의 높은 벼슬은 (千首詩經萬戶侯)
여러 생에 걸쳐 나 잘났다는 생각만 더욱 늘어나니(增長多生人我本)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없구나 (思量也是虛浮浮)
가령 설교를 하도 잘해 비구름과 같고 (假使說法如雲雨)
하는 꽃이 쏟아지고 돌이 머릴 끄덕여도 (咸得天花石點두)
마른 지혜로는 생사를 뛰어넘지 못하니 (乾慧未能免生死)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없구나 (思量也是虛浮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