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름다운 시

떠나가는 배/박용철

大空 2007. 8. 30. 16:32

떠나가는 배
                                                         - 박용철 -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시문학>(1930) -